연어의 살을 파먹고 혀를 대체하는 기생충, 시모토아 엑시구아의 모든 것

세상에는 정말 신기하고 때로는 섬뜩하기까지 한 생명체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방식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 지구 곳곳에 숨 쉬고 있죠. 그중에서도 오늘 소개해 드릴 ‘시모토아 엑시구아(Cymothoa exigua)’는 아마 많은 분들께 충격과 공포, 그리고 동시에 엄청난 호기심을 안겨줄 주인공일 겁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물고기의 혀를 없애고 그 자리를 자신이 차지해 새로운 혀 역할을 하는 기생충, 시모토아 엑시구아! 영어로는 ‘혀를 먹는 이(tongue-eating louse)’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물고기혓니’라는 별칭도 있지만 정식 국명은 아닙니다. 학명은 라틴어 발음에 따라 ‘키모토아 엑시구아’로 읽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하네요.

흔히 “연어의 살을 파먹고 혀를 대체하는 기생충”으로 알려지면서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했는데요, 과연 그 소문은 사실일까요? 오늘, 이 기묘하고도 놀라운 기생충, 시모토아 엑시구아의 모든 것을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시모토아 엑시구아, 넌 누구냐? 정체 전격 해부!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갑각류 등각목(Isopoda) 갈고리벌레과(Cymothoidae) 키모토아속(Cymothoa)에 속하는 기생 생물입니다. 겉모습은 우리가 흔히 아는 갯강구나 쥐며느리와 상당히 유사하게 생겼어요. 단단한 외골격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죠.

크기는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보통 암컷이 수컷보다 훨씬 큽니다.
* 암컷: 몸길이 약 8~29mm, 너비 약 4~14mm
* 수컷: 몸길이 약 7.5~15mm, 너비 약 3~7mm

이 기생충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숙주 물고기의 입안으로 침투해 혀에 단단히 고정하는 앞부분의 갈고리 모양 다리입니다. 이 다리를 이용해 숙주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기생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죠. 보기에는 작고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생존 방식은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소름 돋는 혀 대체 과정: 어떻게 물고기의 혀가 될까?

시모토아 엑시구아의 생활사 중 가장 충격적이고 독특한 부분은 바로 물고기의 혀를 대체하는 과정입니다. 아직 모든 것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침입: 어린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물고기의 아가미를 통해 숙주의 몸 안으로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모두 수컷의 형태로 침입한다고 해요.
  2. 성전환의 비밀: 아가미에 자리 잡은 수컷들 중 일부가 암컷으로 성전환하여 혀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숙주 물고기 안에 이미 암컷이 존재한다면, 나중에 들어온 수컷은 수컷으로 남아 아가미에서 짝짓기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암컷이 없다면, 수컷 중 하나(보통 몸집이 큰 개체)가 암컷으로 성을 바꿉니다. 암컷이 되기 위한 최소 크기는 약 10mm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으로 신비로운 성 결정 방식이죠?
  3. 혀 장악 및 괴사 유도: 암컷으로 변한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물고기의 혀로 이동해 강력한 앞다리로 혀의 특정 동맥을 꽉 움켜쥡니다. 이렇게 되면 혀로 가는 혈액 공급이 차단되겠죠?
  4. 새로운 혀의 탄생: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 물고기의 혀는 점차 위축되고 괴사하여 결국에는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모토아 엑시구아가 괴사한 혀의 뿌리 부분, 즉 혀 밑동 근육에 자신의 몸을 단단히 고정시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제부터 자신이 물고기의 새로운 ‘혀’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렇게 혀를 대체한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숙주의 혈액이나 점액을 빨아먹으며 살아갑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물고기가 섭취하는 음식물의 일부를 나눠 먹기도 한다고 해요. 한번 특정 숙주에 자리를 잡으면 다른 숙주로 옮겨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주요 타겟 어종은 누구? “연어 혀 기생충” 괴담의 진실은?

많은 분들이 시모토아 엑시구아 하면 ‘연어’를 떠올리시며, 연어의 혀를 파먹는 끔찍한 기생충으로 알고 계실 텐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는 정확한 정보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까지 수집된 학술적 자료와 보고에 따르면, 시모토아 엑시구아가 연어(salmon)를 주요 숙주로 삼거나 연어에서 주로 발견된다는 명확한 증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물론, 기생충의 세계는 워낙 다양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100% 단정 지을 순 없겠지만, 주된 숙주 목록에서 연어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어떤 물고기를 좋아할까요? 주로 다음과 같은 어종에서 발견됩니다.

  • 도미과 (Lutjanidae): 특히 다양한 종류의 스내퍼(snapper) 종류에서 매우 흔하게 발견됩니다. 이 때문에 ‘스내퍼 전문 기생충’이라는 인상도 있죠.
  • 놀래기과 (Labridae, wrasse)
  • 하스돔과 (Haemulidae, grunts)
  • 민어과 (Sciaenidae, drums/corvinas)

이 외에도 문헌에 따라서는 최대 7개 목(order), 30여 종의 다양한 어류에서 발견된 기록이 있으며, 북미 농어목(Perciformes), 색줄멸목(Atheriniformes) 어류도 포함됩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콜로라도 스내퍼(Lutjanus colorado)나 조르단 스내퍼(Lutjanus jordani) 등에서도 발견된 보고가 있습니다.

따라서 “연어의 살을 파먹고 혀를 대체하는 기생충”이라는 표현은 시모토아 엑시구아의 일반적인 숙주 범위를 고려할 때, 다소 과장되거나 잘못 알려진 정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아마도 그 충격적인 생존 방식 때문에 자극적인 이야기로 와전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숙주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먹어도 괜찮을까?

그렇다면 이 기생충에 감염된 물고기는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혹시 우리 인간에게도 해로운 건 아닐까요?

  • 숙주 물고기에 대한 영향: 놀랍게도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숙주의 혀를 제거하는 것 외에는 숙주에게 아주 치명적인 해를 끼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숙주 물고기는 기생충을 자신의 실제 혀처럼 사용하여 먹이를 섭취할 수 있으며, 미각 기능도 어느 정도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기생이라기보다는 기묘한 형태의 공생 관계처럼 보이기도 하죠. 다만, 일부 연구(Lanzing and O’Connor, 1975)에서는 두 마리 이상의 시모토아 엑시구아에 감염된 물고기는 일반적으로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숙주 물고기가 죽으면,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혀 밑동에서 떨어져 나와 물고기의 입 밖이나 몸 표면에 붙어있는 것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그 이후 자연 상태에서의 생존 여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 인간과의 관계 및 안전성: 가장 궁금한 부분일 텐데요, 다행히도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인간에게 기생하지 않으며, 독성도 없습니다. 따라서 감염된 생선을 섭취하더라도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살아있는 개체를 직접 만질 경우에는 물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물론, 생선 조리 시 입안에서 이런 기생충을 발견한다면 외형상 상당한 혐오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발견되면 제거하고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생충 자체는 생선 살을 오염시키지 않으므로, 기생충만 잘 제거하면 생선은 먹어도 안전합니다.

    실제로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시모토아 엑시구아가 들어있는 도미를 먹고 중독되었다고 주장하는 소비자가 대형 슈퍼마켓 체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인간에게 무독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심지어 식용으로도 사용된다는 점 등을 들어 소비자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들: 시모토아 엑시구아 TMI!

  • 경이로운 분포 지역: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캘리포니아만(Gulf of California) 남쪽에서부터 에콰도르 과야킬만(Guayaquil Bay) 북쪽까지의 태평양 연안에서 주로 발견됩니다. 코스타리카, 파나마(대서양 및 태평양 연안), 푸에르토리코 등 대서양 일부 지역에서도 발견 기록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힌 물고기나 시판되는 생선에서 발견된 사례도 종종 보고되고 있어,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주로 수심 2m에서 최대 60m 사이의 해역에서 발견됩니다.

  • 유일무이한 능력: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현재까지 과학계에 알려진 유일하게 숙주의 특정 기관(혀)을 물리적으로 파괴하고, 그 자리를 자신이 대신하여 기능적으로 대체하는 기생 생물입니다. 정말 자연의 신비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대중문화 속의 악당: 이 독특하고 충격적인 생태 때문에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에 영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화 <더 베이(The Bay, 2012)>에서는 변이된 시모토아 엑시구아가 인간을 감염시키는 끔찍한 존재로 등장하기도 했죠.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 실제로는 인간에게 기생하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 사육은 불가능: 가끔 이런 독특한 생물을 키워보고 싶어 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다른 생물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여 살아가는 기생충의 특성상 독립적인 생존이 불가능하여 사육은 불가능합니다.

특징 구분 내용
학명 Cymothoa exigua (키모토아 엑시구아)
분류 등각목 갈고리벌레과 키모토아속
주요 기생 방식 물고기 혀를 괴사시키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여 혀 기능 대체
주요 숙주 도미과(스내퍼류), 놀래기과, 하스돔과, 민어과 등 (연어는 주 숙주 아님)
크기 암컷 8~29mm, 수컷 7.5~15mm
인체 유해성 없음 (독성 없음, 인체 기생 안 함), 갑각류 알레르기 주의
분포 지역 태평양 연안 (캘리포니아만 ~ 과야킬만), 대서양 일부, 한국 연안 발견 사례 있음
흥미로운 점 유일하게 숙주 기관을 기능적으로 대체하는 기생충

맺음말: 혐오와 경이 사이, 생명의 신비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분명 혐오스러운 외모와 섬뜩한 생존 방식을 가졌지만, 생명 진화의 다양성과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놀라운 생명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비록 ‘연어 혀 기생충’이라는 오해가 있긴 했지만, 그 독특한 삶의 방식은 우리에게 자연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혹시라도 낚시를 하거나 생선을 손질하다 이 기묘한 손님과 마주치게 된다면, 너무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마시고 오늘 알게 된 정보들을 떠올려 보세요. 자연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신비로우니까요! 시모토아 엑시구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그저 혐오스러운 존재가 아닌, 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